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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의 “한반도 대운하” : 정치와 음악의 모호한 경계

In Politics on March 13, 2008 at 1:32 am

류동협 | 2008년 3월 11일 |

이은하

이은하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지지하는 “한반도 대운하”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가수, 탤런트, 개그맨, 성우, 작가 등이 동네방네 예술단이란 이름으로 참여한 옴니버스 음반 “엠 보이스(M VOICE)”에서 이은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불렀다. 이 노래는 거리의 시인들의 노현태가 가사를 쓰고 직접 랩을 했다.

이 노래는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지역 경제와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호가 그대로 담겨있다. 대운하의 경제적 효과도 불투명하고 한반도 환경 대재앙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이 노래는 오로지 “경제”만 칭송한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통해 이은하 노래에 담긴 허구적 의미를 분석하지 않는다. 노래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이은하가 얼마나 순수하지 않은지 말하고자 한다.

정치적이 아닌 순수한 노래?

이은하 자신은 정치적 의도는 없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개인적으로는 ‘대운하’의 취지도 좋다고 생각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 입장에서 ‘대운하 건설’이 좋다는 소신을 갖고 있지만, 이 노래를 방송 등 여러 무대에서 적극 홍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해석보다는, 가수 입장에서 곡이 좋아 이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

이은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08년 3월 11일

이 노래는 사랑이나 이별을 노래한 이은하의 “밤차” “아리송해” “너를 못잊어”와 분명히 다르다. 대운하의 사회적 영향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운하로 수많은 문화재도 사라질 운명이고 걷잡을 수 없이 환경이 파괴될 것이다. 대운하 물류수송의 역할도 미미하고 오히려 비경제적이다.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망국적인 토목공사에 허비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는 대운하 정책에 대해서 그냥 곡이 좋아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순진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차라리 소신을 갖고 불렀고 그 사회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말했어야 한다.

사회정치적 의미를 가진 노래는 그냥 곡이 좋은 노래로 들리지 않는다. 음악 감상자는 리듬만 듣는 게 아니라 곡의 가사도 즐긴다. 가사에 분명히 드러난 정치적 의미는 순수한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이다. 노현태에게 그 곡을 받아서 부르는 순간 이은하는 이미 정치적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국가 정책으로인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나 정치계로 진출한 의도가 없다고 해서 순수한 음악활동이 아니다.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지지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충분히 정치적이다. 삶과 관련된 노래는 모두 정치적이다. 정치적인 노래를 부른다고 음악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받는 것도 아니니 솔직해지자. 나는 이렇게 정치적인 노래를 부른다고 선언하고 계속 노래부르자. 그리고 반대하는 노래를 부를 사람은 마음대로 불러보라고 하면 어떨까. 정치적 노래가 내 생각과 비슷하면 즐길 수 있고 다르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음악이 주제로 삼지 못할 분야는 없다.

정치적 노래를 권장한다

나는 이 노래에 관한 논평을 쓰고 있지만, 내가 바라는 이 노래에 대한 반응은 다른 노래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입장의 가수가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노래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싶다. 대중 음악이라고 사랑 노래만 하라는 법은 없다. 정치적 의미를 담긴 노래도 만들어져서 대중음악이 표현하는 영역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

쉐릴 크로

미국 가수 쉐릴 크로(Sheryl Crow)는 “God Bless This Mess”라는 노래에서 부시 정부의 이라크전을 비판한다. “대통령은 눈물까지 머금은 위로의 말을 했죠. 그리고 그는 우리를 거짓말로 전쟁으로 내몰았어요”

컨트리 가수 딕시 칙(Dixie Chicks)도 콘서트에서 이라크전을 시작한 조지 부시와 같은 텍사스주 출신인 것이 부끄럽다고 부시 대통령을 비난했다가 보수적인 컨트리 방송국에서 방송금지까지 당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Not Ready To Make Nice”라는 노래로 응대했다. “모두들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다려요”

금지곡은 비경제적이다

한국에서 정치적인 노래는 민중가요 전통에서만 찾을 수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금지곡으로 대중음악을 통제한 나라였으니까. 1975년 금지곡이 되었던 노래를 살펴보면, 배호가 부른 “0시의 이별”은 통행금지 시간에 이별했다는 이유로 금지당했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불신풍조를 조장한다고 금지곡이 되었다. 전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든 노래도 아니었는데 정치적 이유로 금지곡이 되던 시대였다.

만일 대운하를 반대하는 노래가 발표되어 인기곡이 된다면 또다시 금지곡이 될까. 이명박 정부가 대중 문화를 철저히 산업으로 본다면 판매가 잘되는 노래는 더욱 권장해야 할 것이다. 금지곡 같은 방법으로 판매를 막는 비경제적, 비실용적 정책을 펴는 것은 모순이 될 것이다. 경제를 살려야할(?) 이명박 정부는 대중문화산업을 탄압해선 안될 일이다.

전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의견이 더 많은 지금, 이은하의 노래가 인기를 끌기는 힘들 것 같다. 잘해야 한나라당 총선 캠페인 노래로 채택이 될 것이다. 차라리 이 노래가 대중음악계에 어느정도 반향을 불러왔으면 좋으련만, 한때의 사건으로 잊혀질 확률이 더 높다. 노래는 노래로 응대하는 문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해 본다.

오랜만에 활동을 재기한 이은하에게 칭찬하는 글이 아닌 이런 글을 쓰게 되어 유감이다. 노래를 작사한 노현태가 이런 논란에서 소외되어 있어서 유감이다. 노현태는 비판을 혼자서 감내하는 선배가수 이은하를 대신해서 어떤 의도로 이런 노래를 만들었는지 밝히고 자신의 노래를 변호해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 대운하

우리나라 아름다운 산천과 물줄기가 있는데
그 경치를 이제까지 버려두고 있었네
모두가 버려진 물줄기 속에(새로운 희망이 있어)
모두가 노력 한다면(우린 웃을 수 있어)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 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요)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로)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 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

전국에 울려 퍼지는 건강한 웃음소리 되찾고 소외되고
노령화된 시골이 이제 다시 젊어지겠지
버려진 물줄기 속에(새로운 희망이 있어)
모두가 노력 한다면 (우린 웃을 수 있어)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요)

국민 모두가 바라는 건 아름다운 금수강산 한반도 대운하
소외된 사람들의 휴식처 대한민국 방방 곡곡 사랑이 넘쳐 흘러
내가 원하고 후대 후손이 바라는 한반도 대운하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 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요)

 Blog: http://ryudonghy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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