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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March 4th, 2008

[세상읽기] 교수 혹은 학자의 조건 / 박구용

In Article on March 4, 2008 at 3:23 pm
[세상읽기] 교수 혹은 학자의 조건 / 박구용
세상읽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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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구용/전남대 철학과 교수

자본과 지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정치 권력까지 차지하는 승자독식 사회를 선포하며 ‘2MB’ 우파 정권이 출범했다. 한 분야의 승자가 모든 분야에서 승자가 되는 것은 어떤 규범과 원칙도 없는 반문화적 야생사회의 전형적 특징이다. 아마도 야만의 물결이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뒤덮을 것만 같다.

돈과 앎은 그 자체로 권력이다. 돈과 앎을 소유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힘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과 지식 권력이 정치 권력과 경쟁적 긴장관계를 형성하면 그 사회는 건강하고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으로 교수라는 명예를 얻고, 여기에 어수선한 방식으로 돈까지 긁어모은 사람들이 장관까지 하는 나라는 사회적 연대성이 고갈된 후진국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수가 장악한 정권처럼 보인다. 장관들 중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교수라고 일컫는 전임교원을 제외하고도 객원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 심지어 예우교수도 못 해본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 스스로가 여러 대학에서 고액과외를 한 초빙교수였다. 대학들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나 정치인, 그리고 고위직 관료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나 갖가지 종류의 교수직을 선물함으로써 거래를 해온 결과지만, 더 큰 이유는 학문보다 권력을 사랑하는 교수가 너무 많아서다.

사람들은 교수가 반듯하고 양심적이며 학식이 빼어난 사람이길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학문의 변화된 성격을 알지 못한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학문은 우주의 궁극적 진리나 삶의 지표를 제시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현대의 학문은 섬세하게 분화된 특수 분야의 전문 지식체계일 뿐이다. 이처럼 지나친 전문화 과정 때문에 심지어 같은 학과에서 동일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끼리도 공유할 수 있는 앎이 많지 않다. 따라서 학자란 더는 수양된 인격자나 풍부한 교양인이 아니라 어떤 특수 분야의 전문 지식인을 가리킬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 심지어 학자들조차 스스로를 모든 분야에서 일정한 권위를 갖는 전문가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학자는 모든 것을 제대로 아는 현자가 아니라 한 가지를 깊이 아는 사람이다. 더구나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가치가 없거나 쓸모없어 보이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눈에 어리석고 어수룩하게 보이기 일쑤인 학자들은 외로움과 맞서 싸우며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학문적 관심과 사회의 일반적 관심 사이의 큰 차이를 견뎌낼 힘이 없는 학자는 어느 순간 학문 외적인 것을 통해 보상받으려고 발버둥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교수는 투자와 투기를 넘나드는 재테크나 권력에의 욕망이 출렁이는 정치권에 줄서기를 시작한다.

지금 이 나라에는 훌륭한 학문적 능력과 업적,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교수가 되지 못한 수많은 학자들이 있다. 그런데 학자지만 교수가 아닌 이들의 수만큼이나 교수지만 더는 학자가 아닌 사람이 많다. 물론 대학에 갇혀 있다고 학자는 아니다. 학자는 대학의 성문 안팎을 넘나들 수 있는 다양한 출입구를 만들고, 문지방을 넘나들며 이론과 실천의 경계에서 찾은 문제를 집중된 상상력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러나 학자적 실천이 정치적 권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대학의 자리를 빼앗아 오늘도 사소해 보이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는 학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적어도 대학은 정치가 아닌 학문, 즉 그 자체로 충분한 권력을 가진 학문이 중심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박구용/전남대 철학과 교수

정치기사 ‘오락화’ 바람

In Journalism, Politics on March 4, 2008 at 2:53 pm
한겨레 2004년05월04일
정치기사 ‘오락화’ 바람
<font color=teal><b>스포츠신문, 대중의 놀이화 경향 수용 앞장

젊은층 정치참여 촉진…선정주의 경계 필요</b></font>

<img src=/medi/2004/05/dataimg/20040504med0038.jpg vspace=4 hspace=8 align=right>‘탄핵을 탄핵!’(일간스포츠), ‘정동영의 눈물’(스포츠서울).

총선 이튿날인 지난달 16일, 스포츠신문들의 1면 제목이다. 전날 박종호(삼성 라이온즈)에 의해 프로야구 아시아신기록(연속경기 안타)이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신문은 선거결과를 머릿기사로 택했다.

우리 언론에서도 정치(politics)와 오락(entertainment)이 결합하는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사모 등 정치인에 대한 팬덤현상부터 시작해 이번 총선 때 인터넷에서 분 정치 패러디, 노회찬 어록 바람 등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놀이’를 적극적으로 결합시키고 있으며 기존 언론매체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언론매체가 스포츠신문이다. 2002년 <굿데이>가 정치부를 만들어 정치기사를 제공한 이래 지난해 <스포츠투데이>에 이어 <일간스포츠>도 지난 3월부터 정치면을 매일 고정편성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4~6명으로 정치팀을 구성해 종합일간지처럼 정당 출입기자를 두고 있다.

스포츠신문에 나오는 정치기사는 자질구레한 사건이나 정치인들의 신변잡기(일간스포츠 4월20일 ‘이정일 의원은 소주박사’) 등 ‘재미’에 중점을 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종합일간지처럼 정통 정치기사(스포츠투데이 4월28일 ‘노선논쟁’ 정개개편 바람될까)로 일정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치인들도 스포츠신문을 가벼이 대하지 않는다. 한 스포츠신문의 정치팀 기자는 “2년 전 정당취재를 시작했을 때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정치인들이 젊은층 공략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총선 기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간스포츠>와의 단독인터뷰를 위해 2시간 30분 동안 시간을 내줬을 정도다. 이는 스포츠신문이 인터넷 뉴스포털 등에 의해 인용됨으로써 뉴스회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큰 매체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인기를 얻는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도 ‘폴리테인먼트’와 무관치 않다. 시청자들이 스타급 정치인이 말하는 풍자의 묘수를 듣기 위해 토론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것이다. 종합일간지들도 가십성의 인터넷의 정치담론을 보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폴리테인먼트의 접근 틀이 정치적 본질을 외면하고 선정주의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간스포츠>는 지난달 26일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의 ‘취중토크’를 실었다가 어투와 표현법이 왜곡됐다며 항의를 받는 소동을 빚었다. 특히 방송에서는 폴리테인먼트가 ‘이미지 정치’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총선 때 추미애 의원의 ‘삼보일배’ 등 정치권의 득표전략을 비판적 관점없이 보도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종합일간지도 정책기사는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연성기사만 양산해 ‘고급지’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상 <일간스포츠> 정치팀장은 “스포츠신문이 젊은층의 정치참여를 촉진시키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건에 대해 앵글을 달리하면서도 본질을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스포츠신문이 정치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낸 것”이라며 “보수지와 진보지의 구분이 있듯이 고급지와 대중지의 분리를 통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포츠신문은 실질적 파급효과나 정치적 의미를 훨씬 넘어 사건을 희화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와 놀이가 동거할 수 있는 독특한 신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a href=mailto:fandg@hani.co.kr>fandg@hani.co.kr</a>

Source:http://www.kpf.or.kr/media/media_all_view.php